안녕하세요. 헤비 매거진입니다.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.

매뉴얼 모드는 사진기에서 수동(manual)으로 조리개의 크기와 셔터 속도의 값을 조절함으로써 노출값을 설정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합니다. 사진기의 매뉴얼 모드에서 사용자가 사진의 결과물에 개입할 수 있듯이, 헤비 매거진은 여성 작업자의 작품을 사용자가 직접 고르고 중첩하여 순서를 정해 완성한 포스터를 인쇄하여 소장할 수 있는 플랫폼, 매뉴얼 모드를 만들었습니다.

처음 매뉴얼모드를 기획할 때 가장 큰 과제는 노동(작업)에 대한 대가였습니다. 헤비 매거진이 계속 활동 할 수 있으려면, 그리고 작가들이 제대로된 대가를 받을 수 있으려면 돈이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입니다.

하지만 매뉴얼모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작할 즈음 작가들의 작품을 포스터로 판매할 계획을 이야기했을 때 몇몇 사람들로부터 “상업적이다”, "영리를 위한 프로젝트가 된 거냐” 같은 피드백을 들었습니다. 가끔 어떤 사람들은 쉽게 순수한 예술이 아니라며 하위 취급하기도 했고, “포스터는 안팔린다”는 충고도 들었습니다.

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실천으로서 질문하고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. 작업자의 시간, 노동, 열정은 필요한 경우 언제든 존재해야 하지만 대가를 받아야 할 때는 없는 것이 되며 심지어 부족한 대가의 핑계로 쓰이기도 합니다. 예술과 돈이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이야기되며 예술과 생계가 분절될 때마다 작업자와 작품은 타자화됩니다. 이 과정에서 작업자의 삶은 지워지고 특히나 여성 작업자는 더욱 고립되는 결과가 이어집니다.

저희는 이 프로젝트가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닌 작업과 수익의 메커니즘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길 희망했습니다. 동시에 제품을 사고 파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와 창작자가 위계 없이 서로의 결과물에 감탄하고 영감받기를 원했습니다.

지속성에 대한 과제가 이 프로젝트로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, 저희의 실험과 질문에 공감하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. 또한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레이어링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마주하며 즐거우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.

다시 만날 때 까지 건강하세요.
사랑과 감사를 담아 헤비 매거진 드림.